전원생활/전원주택(농가주택)

주택만들기

산중농원 2008. 11. 24. 14:46

 
결혼하면서부터 10년 후에는 시골로 가자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던 서교철·김형예씨 부부는 건강문제 때문에 1년만에 서둘러 전원생활을 시작했다. 박경리의 소설『토지』의 무대이자‘지리산의 청학동’으로 불리는 경남 하동면 악양골에 손수 황토집을 짓고 정착한 서교철·김형예씨 부부가 전원에 집을 지으면서 얻은 소중한 경험을 공개했다.
 
10년 후에는 시골에 가자고 늘입버릇처럼 얘기하던 우리 부부가 1년 만에 이곳 악양으로 내려오게 된 이유는 건강 때문이었다.새집증후군으로 밤새 온몸을 긁어 피멍이 든 내 몸을 안쓰럽게 바라보는 남편과, 날마다 일에 쫓겨 녹초가 되어 집에 들어온 남편의 혈압을 체크하던 나는 더 지체할수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어차피 시골에 내려갈 거라면 하루라도 빨리 내려가자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우리나라 지도를 펼쳐들고 땅을 구하러 다녔다. 남편은 강원도를 원했지만, 추위에 약한 나는 반대했다. 어디로 갈지 정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귀농하여 살일이 걱정스러워서였다.
그러다 자연과 가깝고 농약과 화학비료와는 거리가 먼 따뜻한 곳을 찾았다. 바로 어머니 치마폭 같은 섬진강이 내려다보이는 아버지 품 같은 지리산 악양골. 내친구가 하동에 살고 있어 몇 번 다니러 오던 길에 보고 단번에 반해버린 남편이 늘 얘기하곤 하던 곳이었다.
우리는 이곳에 둥지를 틀기로 했다. 그리고 주말마다 빠짐없이 내려왔다. 금요일 남편이 퇴근하고 서둘러 출발해 악양에 도착하면 아침이 되곤 했다. 조금 일찍 도착하면 찜질방에서 자고, 아니면 차에서 자고……. 그렇게 몇 달을 헤맸다. 하지만 주민들은 외지인에게 쉽사리 땅을 보여주려 하지도 않았고, 또 간혹 마음에 드는 터를 만나도 주인이 팔지 않겠다고 손사래를 쳤다.

터덜터덜 돌아가는 일요일엔 피곤함만 더했다. 경매에도 손을 대보았지만 신통치 않았다. 이러는 사이에 우리 부부는 많이 지쳐갔다. 하지만 쉬지 않았다. 터를 구하지 않고 그냥 내려올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농지는 몰라도 집 지을 터는 구해야 할 처지였다. 임대하는 집이 없는데다 빈집은 그야말로 귀신 나올 정도여서 고치는 비용이 더 들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땅값은 날마다 달라져 마냥 기다릴수만도 없었다.
그러던 차에 이곳에서 나고 자라신 현지인을 만나 도움을 받게 되었다. 주말마다 고생하는 우리 부부를 예쁘게 봐주신 덕이었다. 그분의 도움으로 우리는 드디어 마음에 드는 터를 구입할 수 있었다. 계약서를 쓰자고 하여 돈을 준비해가면 아들이 팔지 말라느니, 다른 땅이랑 같이 묶어서 사라느니, 값을 올려달라느니 하며 어깃장을 놓는 통에 꽤나 마음고생을 했지만, ‘고생 끝에 보람’이라고 우리는 흡족한 마음으로 터를 장만했다.
남편은 풍수지리책을 뒤적이며 패철까지 동원하여 이리저리 살피더니 드디어 꼭 맞는 땅을 샀다고 아주 좋아했다. 물론 남편의 풍수지리 실력은 별로 안 믿지만, 나도 맘에 드는 땅을 만나 행복했다.
 
어떤 집을 지을지 쉽게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목조주택, 황토집, 스틸하우스, 통나무집 등이 모두 각각의 특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목조주택의 경우 외관이 아름다고 깨끗한 느낌을 준다는 점, 관리하기도 편하고 공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인기를 끌고 있지만, 새집증후군을 일으키는 유리면과 석면이 들어 있는 석고보드와 OSB합판의 본드 냄새 등 단점도 너무 많았다.
결국 우리 부부는 천연소재를 주로 사용하여 건강에 좋은 통나무집이나 황토집 같은 기능성 주택을 짓기로 결정했다. 설계도 우리 살림에 필요한 면적만큼만 했다. 쓸모 없는 공간을 최소화하여 난방면적도 줄였다.
시공은 업체에 맡기려 했지만 공신력 있는 업체는 건축비가 너무 비쌌다. 그래 서 지인들의 도움으로 직접 짓기로 했는데, 자재의 종류와 등급, 공사 범위 등을 정하고 벽난로와 데크, 붙박이가구의 설치 여부까지 결정하느라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기초는 매립지였기 때문에 튼튼한 줄기초로 하기로 했다. 철근과 레미콘을 예약하고 중장비를 불러 기초선을 팠다. 그 후 철근을 깔고 거푸집을 설치한 뒤 콘크리트 타설 준비를 했다.
그런데 진입도로가 좁고 경사가 급해 레미콘 트럭이 많은 양을 싣고 들어오지 못해 펌프카를 대동하고 콘크리트 타설을 해야 했다. 타설전 반드시 내 터에 포클레인과 레미콘트럭, 펌프카 같은 대형 중장비가 들어올 수 있는지 사전에 점검해야 한다는 걸 새삼 알았다.
타설 후 7일쯤 양생하고 폼을 제거하고 나자 집터가 그럴듯해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 힘으로만 하기에는 벅찬 일이었지만, 몇몇 분이 휴일에도 달려와주셔서 쉽게 폼을 제거하고 정리까지 끝낼 수 있었다.
다음 작업은 흙 되메우기. 전기 인입 설비를 하고 지신(地神)에게 인사를 드리는 객토제(客土際)를 올렸다.
기둥과 보의 목구조 방식으로 황토집을 지으려니 나무가 많이 필요했다. 낙엽송과 소나무를 자른 지 석 달째 되어가는 시점에 잔가지를 치고 적당한 길이로 잘라 집터로 옮겨왔다. 박피작업에 들어가서 하루에 10개 정도씩 깎았다.
 
지인을 통해 목수를 섭외하여 치목(治木)에 들어갔다. 치목에 필요한 체인톱과 샌드그라인더, 대패, 끌, 망치, 먹줄, 컴프레서 등을 구입하고 만반의 준비를 한 후, 약 한 달간 치목을 했는데 뙤약볕 아래에서 나무를 다듬고 무거운 기둥을 들어올리며 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래도 최소한의 인건비만 받고 일해준 사람들 덕분에 통황토집을 지을 수 있었다.
부재로 사용한 나무는 대부분 국내산 육송이지만, 둘레가 한 아름은 되는 굵은 대들보는 미국산 소나무를 사용했다. 국내산 소나무는 가격이 너무 높아 선택한 대안이었다. 모든 기둥은 원목 그대로 들여온 나무를 마당에 쌓고, 하나하나 직접 껍질을 벗겨 다듬었다. 엄청난 나무더미에 넓은 마당이 발 디딜 틈 없이 꽉 찼을 정도였다.
 
드디어 상량을 하고 서까래를 얹었다. 개판(蓋板)을 깔고 지붕에 흙을 올리고 난 다음 숯과 소금을 뿌리고 합판을 다시 쳤는데, 혹시 생길지 모르는 벌레와 습기를 제거하기 위해서였다.
크레인으로 올린 황토를 고르게 펴서 깔았다.위험한 일이지만, 장비의 힘에 기대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
서까래 위에 흙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얇은 나무판을 깔고 그 위에 다시 흙을 덮었다. 서까래 위에 흙을 깔 때는 약간 질척한 황토로 12cm 정도 되게 발라주고, 천장 쪽에서 다시 곱게 도배하듯이 발라 마무리한다. 이렇게 지붕 위에 흙을 올리는 일은 단열과 관계가 깊으므로 신경 써야 한다. 대부분 흙을 올린 위에 다시 기와를 올리든가 이엉을 올린다.
한편 지붕을 얹을 때는 수평 맞추는 것에 신경 써야 한다. 초가지붕의 경우 이엉을 엮을 때부터 크기를 맞추어야 지붕 끝선이 수평을 이루고 물매가 좋다. 지붕을 덮을 때는 지붕 끝 추녀에 맞추어 한 바퀴 돌려 덮고 새끼줄로 촘촘히 묶어놓은 뒤 계속하여 층이 지게 덮어나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용새를 올려놓은 후 새끼줄로 지붕 전체를 엮어주면 초가지붕이 마무리된다. 최근에는 아스팔트 싱글로 지붕을 하는 경우도 많다.
우리는 흙을 지붕에 올리고 난 후 지붕마감재로 치목 때 쓰고 남은 죽데기를 절단하여 너와로 지붕을 마감했다.
 
자갈과 돌을 채우고 황토를 넣은 다음 방습·방충·건강을 위해 숯과 소금을 넣었다. 참고로 숯은 산청에서 1가마니에 1만원, 소금은 30kg에 1만원 주고 샀는데, 숯 15가마니와 소금 10포대가 들었다.
바닥에 황토를 발라 방바닥을 만들 때는 가운 데에 숯이나 쑥을 넣은 후 황토를 바르면 건강에 좋다. 또 수맥파를 차단하기 위한 동판을 깐 후 그 위에 황토를 덮어도 좋다.
한편 방바닥을 바를 때는 보리풀이나 볏짚, 솜등을 섞은 황토를 반드시 발효 숙성시킨 후 발라주어야 한다. 그래야 단단하고 갈라지지 않는다. 또 찰수수풀에 쑥 이나 소나무 등의 가루를 함께 섞어 삭힌 후 사용해야 곰팡이가 없고 향도 좋고 오래간다.
 
벽체작업을 위해 가져온 황토에 돌, 나무뿌리 등이 많아 체에 쳐서 사용하기로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잘 안 쳐질 뿐 아니라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흙벽을 쌓기 전에 문틀, 창틀, 천장마감재, 서 까래 등을 준비한 후에 벽을 쌓기 시작했다. 이 때 황토를 반죽한 흙을 사용해서 쌓아올라가야 하는데, 문틀과 창틀 위치를 설계도나 건축주의 임의로 선정해놓은 다음 벽체를 쌓으면 된다. 벽을 쌓아올리면서 외부 인테리어도 함께 쌓아올려 마감시 잔손이 가지 않게 하는 것이 포인트.
벽은 통나무 자른 것과 황토를 이용하여 만들었다. 벽 단면을 가로질러 통나무 토막을 놓고 황토벽을 만든 것이다. 황토벽에 나무토막을 박아넣는 식이다. 이때 통나무는 전나무나 소나무, 잣나무를 사용한다. 사용하는 통나무는 껍질을 벗겨야 하는데, 그러지 않을 경우 건조되었을 때 껍질이 몸통에서 분리되어 따로 놀기 때문이다. 또 제대로 건조되지 않은 통나무를 사용하면 벽을 만들고 난 후 건조되면서 통나무의 부피가 작아져 벽에 틈이 생길 수 있다.
작업은 힘들었지만, 통나무와 황토를 같이 사용하여 아름다운 벽면의 질감을 살릴 수 있어 힘들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였다. 이 방법으로 10평 정도 의 주택을 지을 경우 황토가 15톤 트럭으로 한 대 분량, 통나무 800~900개가 들어 간다.
황토벽은 내부마감재가 전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자체 두께로 방음, 방습, 방온, 방랭 등을 조절해야 하므로 외벽의 두께를 30cm 이상으로 시공했다. 그리고 벽체가 완성되면 천장이나 지붕에 반드시 황토를 올려야 한다. 그래야 위풍도 없고 냉난방 조절도 잘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벽체를 완성하고 나서 흐뭇한 마음으로 여기저기 둘러보는데 조립한 기둥과 보가 마르지 않은(벌목한 지 약 5개월) 탓에 청태(靑苔)가 낀 게 아닌가. 할 수 없이 서까래에 매달린 채 사포질로 벗겨내는 작업을 9일간이나 해야 했다. 너무 힘들고 지치는 작업이었다. 경험 부족을 뼈저리게 느껴야 했다. 천장에 매달려 그라인더로 갈아내면 눈, 코, 입에 나뭇가루가 날렸다. 남편은 저녁이면 손이 떨리고 저리는 고통에 힘들어하곤 했다.
 
200mm 주름관 하나로는 짧아 쓰다 남은 100mm를 이어 붙였는데, 힘든 작업이 라고는 해도 역시나 이어 붙인 자리에서 미세하나마 연기가 세는 등 솜씨 없는 장인의 핑곗거리로 남아버렸다. 나중에 굴뚝 주위를 돌이나 흙으로 감쌀 때 다시 손보기로 하고 굴뚝작업은 여기서 일단 끝냈다.
 
‘나 홀로 집짓기’에는 남의 이야기를 들은 때처럼 아름다움과 낭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부지를 마련하고 전용절차를 마무리하고 설계를 하고 시공을 하기까지 많은 시련과 고통, 우여곡절이 따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시련과 고통, 우여곡절들이 모여 이렇게 황무지가 집이 되고, 꽃밭이 되고, 장독대가 되고, 예쁜 옷과 이불이 된다면 충분히 해볼 만한 가치는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서울 살 때부터 지금처럼 살기를 꿈꿔왔다. 그러나 되돌아보면 그래서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마음공부를 해온 듯하다.
황토집 하면 짓기 쉬운 집, 또는 값싸게 지을 수 있는 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사실 그리 틀린 생각도 아니다. 황토집은 짓기 쉽고, 또 저렴한 비용으로 지을 수 있다. 그러나 달리 보면 황토집은 저렴하게 지을 수 있는 집도, 짓기 쉬운 집도 아니다. 황토집을 제대로 지으려면 전문적인 기술자가 있어야 한다. 단순히 쉽고 값싸게 지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접근하면 실패하기 쉽다.
황토집은 토속적인 외관과 건강주택으로서의 장점을 중심으로 접근해야 실수가 없다. 자재인 황토의 가격이 저렴한데도 불구하고 집 짓는 비용이 만만찮은 것은 인건비 때문이다. 황토집은 인건비만 해결할 수 있다면 가장 저렴한 가격에 지을 수 있다.
게다가 황토도 쉽게 얻을 수 있다면 집 짓는 비용은 더욱 줄어든다. 예를 들어 황토를 자기 땅에서 구하고 가족들끼리 어울려 집을 짓는다면 저렴한 비용으로 황토집을 지을 수 있다.
그러나 흙의 속성과 흙 다루는 기술을 습득하지 못하면 지을 수 없다. 황토집을 개인적으로 짓겠다고 달려들었던 사람이나 지어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황토를 다루는 기술이 없어서, 제대로 된 황토기술자를 만나지 못해 애를 먹었다고 토로 한다.
또한 우리나라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 그런 면에서 전통 한옥과 같이 내진구조를 가진 목구조에 황토벽을 쌓아올리는 방식이 가장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출처: 웰촌포탈(http://www.welch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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