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산] <159> 포항 면봉산
'별 만지는 마을' 첩첩 두메로의 여정
|
도화원기의 무릉도원이 여긴가. 산 첩첩한 골짝을 돌아 올라야만 만날 수 있는 하늘 가득한 공간. 면봉산 정상 바로 아래 전망바위에서 내려다본 두마리 마을 전경이다. |
| |
경북 포항시 죽장면은 포항시 북서쪽 내륙 깊숙한 곳에 위치하고 있다. 그런데다 그곳으로 찾아가는 길도 아직은 불편해 본의 아니게 오지 아닌 오지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런 점이 죽장을 새롭게 각광받는 휴양지로 떠오르게 했다. 면의 대부분이 산림지역인데다 청정함까지 더하고 있어 자연스레 찾는 발길이 늘어난 것이다. 그 대표적인 휴양지가 상옥과 하옥계곡이다. 특히 하옥계곡은 빼어난 경관에 수량까지 풍부해 피서철이면 야영객들로 몸살을 앓을 정도다.
바로 이런 죽장면에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오지가 두마리다. 오죽하면 마을 이름 앞에 '하늘 아래 첫 동네, 별 만지는 마을'이란 초감각적인 수식어가 붙었을까. 두마라는 이름 역시 첩첩산중 두메산골의 두메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니 그 정도를 짐작하고도 남을 만하다. 지금도 그곳으로 가는 길이 차 한 대 겨우 지날 수 있는 좁은 계곡길이라는 점은 이 사실을 잘 뒷받침한다.
이번 주는 두마리를 감싸고 있는 포항의 최고봉인 면봉산(眠峰山·1,121m)을 찾아간다. 산도 높고 아름답지만 우선 두마리로 찾아가는 길이 눈의 호사를 선사한다. 돌고 돌아도 또다시 맞닥뜨리는 온통 싱그러운 산과 짓푸른 녹음. 때론 올망졸망한 봉우리로, 때론 산간지대 과수단지로 만나기도 하지만 골짝 깊은 두메로의 여정은 산을 오르기 전부터 들뜨게 한다.
산 또한 마음의 호사를 만끽하게 한다. 다만 그 호사는 깎아지른 절벽과 바위봉을 오르내리는 등의 현란함이 아니라 순하고 깨끗한 산속 길을 마음껏 걸어보는 수수함의 매력에 흠뻑 젖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키가 높아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는 떡갈나무 숲속길은 기대 이상의 호사다.
막힘 없는 조망도 산의 선물이다. 깊숙한 내륙 한가운데 우뚝 솟아 있다 보니 눈길은 그 끝을 멈추기 어렵다. 다만 시야가 흐려 가물가물할 뿐 그 위로 첩첩한 산그리메는 두고두고 감동이다.
연둣빛 신록의 향연이 한창인 지금, 별을 만지는 마음으로 찾는다면 더없이 좋은 산이 될 것이다. 더불어 생각 또한 많다면 더욱 호젓한 사색길로 기억될 수 있으리라.
찾아가는 산길은 포항시 죽장면 두마리 대태마을 입구 사거리를 들머리로 산행을 시작, 대태고개~작은보현산~832봉~임도~천문대진입도로~밤티재~면봉산~곰내재를 거쳐 두마리 큰마을로 내려오는 것으로 잡았다. 이렇게 따를 경우 걷는 시간은 3시간35분, 휴식을 포함하면 5시간쯤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혹 인근의 베틀봉을 들렀다 망덕고개에서 두들마을로 하산하겠다면 1시간쯤 더 잡아야 할 것이다.
이렇게 산길을 잡은 이유는 교통편이 불편한 점을 고려, 승용차 이용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다. 더불어 다시 찾기 어려운 두마리 마을도 한바퀴 둘러보기 겸해서다.
두마리는 첩첩산골에 꼭꼭 숨어있는데도 들어서기만 하면 공간이 확 트인 지형적 특성 때문에 예부터 피란지로 널리 알려졌다. 그래서 한때 200여호에 가까운 큰 마을을 형성해 왔으나 지금은 100여가구가 고랭지 채소 및 특용작물을 재배하며 생계를 꾸려오고 있다. 특히 너무 많이 재배해 문제가 되고 있는 오가피는 이곳의 특산물이다. 나무 인삼이라 불리는 오가피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다면 이곳을 찾으면 된다. 마을 전체가 재배농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지천에 널렸다.
이 코스는 일부 흠도 있다. 작은보현산에서 밤티재로 가는 구간에 보현산 천문대로 가는 도로를 일부 맞닥뜨린다. 또 5분 정도 되는 거리지만 벌목된 나무들이 등로에 버려져 있어 진행을 방해받기도 한다.
물론 도움되는 점도 있다. 해발 1천m가 넘는 고산임에도 불구하고 그곳으로 오르는 데 그리 힘들지 않는다는 것과 꽤 먼 거리임에도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산행 시작점이 해발 450m가 넘는 고지대인데다 급격한 오르내림이 거의 없는 지형적 특성에서 비롯한 것이다. 따라서 1천m가 넘는 고봉이라 해서 미리 주눅들 이유가 전혀 없는 곳이다.
산행은 두마리 대태마을 입구 사거리에서 시작한다. 대태마을은 크기가 어마어마한 두마마을 표지석을 지나 300m쯤 가면 닿는 사거리 왼쪽길로 연결되는 조그마한 마을이다. 입구에 농산물직판장 점포와 파란 물탱크가 있으니 참고한다. 주변에 주차할 곳이 마땅찮아 이곳에서 1㎞ 정도 더 올라가 만나는 옛 학교 주차공터에 차를 세워놓고 내려와 산행해도 괜찮은 방법일 것 같다. 이 주차장은 어차피 나중에 만날 산행 종점이다.
사거리에서 왼쪽 오름길은 차 한 대가 겨우 다닐 수 있는 시멘트 길이다. 그 길을 따라 5분쯤 올라가면 마을에 닿고, 마을을 오른쪽으로 보며 그 길을 5분쯤 더 이어가면 고개에 닿는다. 죽장면 두마리와 영천시 자양면 보현리를 잇는 대태고개다. 실질적 산행 들머리는 이 고개 오른쪽 산길로 열려 있다.
오른쪽 산길로 접어들면 곧 진행 방향 오른쪽으로 문중 묘인 듯한 무덤군을 만난다. 등로는 이 무덤군 왼쪽의 가장자리를 따라 올라간다. 그 등로를 따라가면 6분 만에 왼쪽에서 올라오는 좋은 길을 만난다. 이후 부드러운 오름의 능선길을 좇으면 된다. 이정표가 있는 거동사 갈림길까지 24분, 작은보현산까지 9분, 다시 완만한 내림길로 가서 만나는 독도유의 갈림길까지 19분이 더 걸린다.
작은보현산은 삼각점은 있으나 조망이 거의 되지 않는 조그마한 공터이고 독도유의 갈림길은 농로 수준의 넓은 길과 오름이 약간 있는 좁은 길이 만나는 지점이다. 등로는 여기서 직진 방향의 넓은 길을 버리고 왼쪽의 좁은 길로 꺾어야 한다. 이 갈림길은 별다른 표식이 없어 지나치기가 쉽지만 작은보현산에서 20분쯤 걸리는 지점인 점과 왼쪽으로 좁지만 뚜렷한 길이 있는 곳임을 상기하면 어렵지 않게 이어갈 수 있다. 이 구간까지가 떡갈나무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기분 좋은 숲속길이다.
왼쪽의 좁은 길을 따르면 완경사 오르막으로 해서 8분 만에 832봉에 닿는다. 갈미봉과 임도로 내려서는 능선분기점이자 사거리다. 이곳의 이정표는 어떤 영문인지 모르지만 훼손된 채 한쪽에 버려져 있다. 등로는 진행 방향 오른쪽 아래로 내려서는 넓은 능선길이다.
두 마리와 정각리를 잇는 임도는 832봉에서 8분쯤 내려가면 만난다. 길 왼쪽에 보현산천문대로 가는 도로도 눈에 들어온다.
임도에서의 등로는 임도를 가로 질러 정면의 산속 길로 이어진다. 이후 이 길을 계속 이어가면 9분쯤 걸려 오른쪽으로 갈림길을 만난다. 이 갈림길은 산 허리를 돌아 밤티재로 가는 옛길인데 길이 묵어 진행하기가 곤란하다. 여기서의 등로는 당연히 정면의 능선 오름길이다. 여기서부터가 이번 코스의 흠으로 지적되는 구간이다. 우선 벌목 뒤 버려진 나무들이 등로에 너저분하고 천문대로 가는 도로와 두 차례에 걸쳐 만나게 된다. 벌목 구간은 5분 정도면 통과가 가능하고 첫 번째 만나는 도로에선 도로 오른쪽 가장자리를 따라가 정면의 능선으로 오르면 된다.
이후 다시 만나는 도로에선 도로를 한 굽이 따라 올라가 만나는 곡각지점에서 오른쪽 산자락으로 들어가면 된다. 봉우리를 오른쪽으로 돌아가는 사면길 초입이다. 옛길 갈림길에서 첫 번째 도로까지 14분, 사면길 초입까지 7분, 다시 밤티재로 내려서는 능선길까지 5분이 더 걸린다.
능선길을 만나면 등로는 오른쪽 아래의 내리막길이다. 이후 밤티재를 지나 면봉산에 오르기까지 마루금만 따르면 된다. 밤티재까지 9분(밤티재에선 오른쪽으로 두마리 하산길이 있다), 895고지까지 9분, 포항에서 세운 면봉산 표지석이 있는 전망바위까지 18분, 다시 정상까지 2분이 더 걸린다. 밤티재에서 895고지까지가 된비알이고 정상 직전 만나는 갈림길에선 정상으로 곧장 오르는 직진의 등로보다 오른쪽으로 돌아가는 길을 따라야 조망이 멋진 전망바위를 거쳐 갈 수 있다.
정상은 북쪽 아래 기상레이더 관측소가 있으며 북쪽으론 주왕산 자락, 동쪽으론 침곡산과 비학산, 남쪽으로 운주산과 기룡산, 남서쪽 멀리는 팔공산, 서쪽으론 보현산과 방가산, 선암산이 눈길에 담기고 그 북쪽엔 의성의 진산 금성산 비봉산이 멋진 하늘금을 그린다.
곰내재로 가는 길은 전망바위에서 올라왔다면 진행 방향 오른쪽 즉 베틀봉 방향을 따르면 된다. 곰내재까지 길이 뚜렷한데다 내리막길이어서 어렵지 않게 이어갈 수 있다. 헬기장까지 6분, 고개까지 32분이 더 걸린다.
곰내재에서 두마리로 가는 길은 당연히 오른쪽 비포장 도로다. 주차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큰마을 입구 옛 학교까지 26분이 걸린다. 오가피는 학교 이후 산행 들머리로 내려가는 길가 곳곳에 대단지로 재배되고 있다.
산행 문의 레포츠부 051-461-4161, 박낙병 산행대장 011-862-6838.
글·사진=진용성 기자 ysjin@busanilbo.com
|
▲ 두마리 마을 표지석. 산행 들머리는 이 표지석을 지나 400미터쯤 더가서 만나는 농산물 직판장 시설 앞 사 거리 왼쪽 도로로 연결된다. .
| |
|
▲ 농산물 직판장 시설 앞 사거리. 여기서 산행이 시작된다.
| |
|
▲ 각도를 달리해 본 농산물 직판장 시설.
| |
|
▲ 대태마을 앞에서 왼쪽길로.
| |
|
▲ 대태고개. 등로는 오른쪽 제법 너른 산길로 열려있다.
* 들머리에서 앞쪽으로 고개너머 100미터가면 산중농원이 있음
| |
|
▲ 너른 길로 올라와 바로 만나는 문중묘지군. 등로는 왼쪽의 좋은 길을 버리고 무덤 왼쪽 가장자리를 따라 올라간다.
| |
|
▲ 부드러운 능선길로 올라와 만나는 거동사 갈림길.
| |
|
▲ 조망도 없고 별다른 특징도 없는 작은보현산.
| |
|
▲ 작은보현산 정상 부근에 있는 평반석으로 만든 멋진 천연 테이블. .
| |
|
▲ 보현산을 내려와 20분 만에 만나는 ㅓ자형 갈림길. 등로는 직진 방향의 좋고 넓은 길을 버리고 왼쪽의 작 은길로 이어진다. 독도 유의지점이다.
| |
|
▲ 사거리 갈림길이 있는 832봉. 능선 분기점으로 진행 방향 왼쪽은 갈미봉쪽. 등로는 진행 방향 오른쪽이 다. 직진 방향으로 가지 않도로 한다. 이곳은 원래 이정표가 있었으나 등로쪽 방향으로 훼손된 채 방치돼 있다.
| |
|
▲ 두마리와 정각리를 잇는 임도. 등로는 임도를 건너 진행 방향 정면의 산길로 이어진다.
| |
|
▲ 능선에 올라 얼마 지나지 않아 만나는 벌목지대. 버려진 나무가 등로를 가로막고 있다.
| |
|
▲ 천문대 가는 도로와 처음으로 만나는 지점. 등로는 도로를 조금 따라가다 정면의 능선자락으로 오른다.
| |
|
▲ 도로와 두번째로 만나는 지점. 여기서는 도로를 따라 산자락을 돌아간 뒤 다시 만나는 산자락에서 산길 로 접어들면 된다.
| |
|
▲ 도로를 따라 걸어와 다시 산길로 접어드는 지점. 등로는 여기서 능선으로 오르지 않고 봉우리 오른쪽 사 면으로 우회한다.
| |
|
▲ 철 지난 억새가 남아 있는 밤티재. 등로는 진행 방향 정면으로 가면 된다.
| |
|
▲ 정상 직전 암봉에 올라서서. 아래 마을은 두마리. 오른쪽의 능선이 지나온 등로다.
| |
|
▲ 청송에서 세워 놓은 면봉산 정상석.
| |
|
▲ 곰내재로의 하산은 이정표의 방향을 따르면 된다.
| |
|
▲ 이름모를 산야초가 만발한 곰내재 가는 길.
| |
|
▲ 곰내재. 고개로 내려서면 두마리 쪽 방향은 오른쪽.
| |
|
▲ 주차장으로 활용되고 있는 폐교된 두마초교.
| |
|
▲ 대단지로 재배되고 있는 두마리 특산물 오가피나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