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는 근교산팀이 이번 주 오른 산은 눈이 많은 곳이다. 거리도 멀지않아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다. 경북 영천시 보현산~부약산 종주코스는 가족과 함께 하는 산행지로도 더없이 좋다. 4시간에서 5시간 정도면 산행을 끝낼 수 있는 데다 보현산에는 영남지역에서 규모가 가장 큰 천문대가 터잡고 있어 자녀들과 같이 산행을 나서도 무리가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현지 주민들은 보현산을 모좌산(母坐山)이라 부른다. 보현산은 아래 마을에서 보기에도 넉넉한 자태를 뽐낸다. 보현산은 인근 산야의 중심에 자리하고 논과 밭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는 보현천이 발원해 어머니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보현」이라는 지명은 코끼리만큼 육중하게 보이는 산세에서 나왔지. 불가에서 코끼리를 상징하는 보살이 보현보살이거든.』
이번 산행길은 비교적 짧다. 산행 코스는 「경북 영천시 화북면 정각리~절골~독립가옥~샘터~보현산천문대~보현산 시루봉(1124.4곒)~바위 전망대~부약산(791곒)~부처굴~법용사~용소리」로 소요시간은 4시간30분 정도.
영천터미널에서 보현행 버스를 타고 정각에서 하차한다. 절골로 가기위해 마을의 새마을창고와 「정각1리」 표지석 사잇길로 들어선다. 폐교된 정각초등학교 보현산분교를 통과해 10여분이면 산행기점을 알리는 이정표가 서있다. 이정표는 왼쪽으로 「천문대 8.3㎞, 시루봉 2.5㎞」, 오른쪽으로 「법용사 5.5㎞」라고 적고 있다. 산행로가 잘 정비돼 있어 이번 산행은 이정표만 따라가도 길 잃을 염려가 없다.
이곳에서 100여곒 들어가면 두 그루의 당나무와 만난다. 30여m 앞에서 이 지역이 상수도보호구역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는 갈래길에 선다. 왼쪽으로 길을 잡아 계류를 끼고 10여분 오른다. 왼쪽 언덕빼기 논 중간에 정각동 3층석탑(경북 유형문화재 제269호)이 살며시 고개를 치켜든다. 이곳을 지나면 다시 갈림길이다. 「시루봉 2.0㎞, 천문대2.3㎞, 법용사 5.0㎞」라고 적은 이정표와 「보현산 30번 지점」이라는 119 구조요청 표지판이 함께 서있다.
어느 쪽이든 보현산 천문대로 오를 수 있다. 다리를 건너 오르막 임도를 타는 왼쪽 길은 영천시가, 독립가옥이 서 있는 오른쪽 길은 일반 산악회들이 추천하는 산행로다. 근교산팀은 오른쪽 산행을 택했다.
독립가옥을 지나 20여분간은 완만한 산길이 이어진다. 길이 넓고 넉넉하지만 미로같은 갈래길이 많이 나오므로 이것만 조심하면 된다. 첫 갈림길에서는 왼쪽으로, 두 번째 갈림길에서는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이후 만나는 갈림길에서는 취재팀이 길잡이를 위해 묶어둔 국제신문 리본을 참조하면 어렵지 않게 가지능선으로 올라 설 수 있다.
능선에서도 산길이 여러 방향으로 찢어진다. 그러나 갈라졌다가는 다시 이어지기 때문에 당황할 필요는 없다. 40분 정도 땀이 등을 타고 흐를 정도면 작은 샘터를 만난다. 겨울철이라 메말라 있는 이 샘터에는 너덜틈으로 한 바가지 가량의 샘물이 고여있다.
샘터에서 15분 정도 더오르면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보현산 천문대가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는 1.8곒 광학망원경과 태양플레어망원경 등 천체관측을 위한 장비가 많이 있으나 아쉽게도 겨울철에는 전시관만 개방하고 있다. 전시관에는 각종 별자리, 천문자료가 준비돼 있으므로 산행으로 피로한 다리를 풀어주며 천천히 돌아보도록 한다. 간단한 음료와 스낵, 기념엽서 등도 판매한다. 전시관의 겨울철 개방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정상으로 가는 길은 태양플레어 망원경동 옆으로 열린다. 헬기장을 지나 북쪽으로 200여곒 떨어진 곳에 보현산의 정상인 시루봉이 우뚝 솟아 있다. 보현산이 영천시의 진산인만큼 시루봉에서의 조망은 더할 나위가 없다. 동쪽으로 내연산 향로봉과 비약산, 남쪽으로 기룡산·운주산, 서쪽으로 팔공산이 웅장한 자태를 뽐내며 산악동호인들에게 다가온다. 정상의 표지석은 시루봉이 지난해 새천년 일출을 맞이한 자리라며 은근히 추켜세운다.
부약산으로 가기 위해서는 서쪽 내리막길로 떨어진다. 보현산 18번 표지판을 지나면 억새와 떡갈나무로 뒤덮인 하산로다. 양지바른 길이라 거칠게 불던 바람도 잦아들어 걸음이 한결 가벼워 진다. 암봉을 비껴 도는 보현산 14번 지점을 통과하면 「법용사 1.3㎞」라고 적은 이정표를 만난다. 300m 마다 법용사 이정표가 서 있으므로 자신의 위치를 가늠하는데 편리하다. 1시간 정도 내리막을 달리다 안부를 지나면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법용사 0.7㎞」 이정표를 지나 오르막 끝 봉우리가 부약산 정상이다.
30여m 내려오면 암봉이 오롯이 고개를 내민다. 부처굴, 혹은 미륵바위라 불리는 바위전망대다. 암봉 끄트머리에 서면 시루봉부터 지금까지 달려 왔던 능선이 시야에 들어온다. 서쪽 계곡 너머로는 기룡산이 당당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50여곒 낭떠러지 아래 솔숲 사이로 기와지붕만 살짝 드러낸 건물이 법용사다.
암봉을 지나 이정표를 따라 왼쪽으로 곧장 떨어진다. 안부에서 미륵바위를 올려다 보면 흡사 상투를 쓴 「큰바위얼굴」 같은 느낌을 준다. 산신각에서 조금 내려서면 법용사 대웅전이다.
법용사는 한 부부의 애틋한 이야기를 담은 창건설화를 가지고 있다. 60여년전 한 여인이 문둥병에 걸린 남편을 치료하기 위해 산으로 들어와 3일 밤낮으로 기도를 했다. 그러자 꿈에 산신령이 나타나 그녀에게 산삼 다섯뿌리를 점지해 주었는데 그 자리가 지금의 대웅전터다. 뒷산이 부약산이라 불리는 이유도 지아비(夫)의 약(藥)을 구한 산이기 때문이다.
법용사에서 산행 종점인 용소까지는 임도가 개설돼 있다. 30분이면 35번 국도에 닿는다. 국도변 보현산휴게실에서 몸을 녹이면서 영천행 버스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