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메산골 자연 속에서 건강과 행복을 추구하며 인생 후반전을 알콩달콩 재미나게 사는 10년 차 귀농ㆍ귀촌 부부의 깨소금 냄새 나는 귀농 생활에 대해 얘기를 들어봤다. “우리 부부는 참 행복합니다. 귀농을 하면서 보현산 중턱에 터를 잡은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부부가 사는 곳은 포항 시내에서 50여km 떨어진 해발 550m 고산지대 산촌. 포항에서 ‘하늘아래 첫 동네’로 통하는 이곳에는 귀농 10년 차 박원성(69)ㆍ김수화(67) 산중 부부가 살고 있다. 이 부부는 자연과 함께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행복하게 산중생활을 꾸려가고 있는 귀농부부다. 포항에서도 가장 오지마을이라고 불리는 포항시 북구 죽장면 두마리에는 수십 년 전만 해도 가구 30여 호가 비탈진 밭에서 보리나 담배농사를 지으면서 힘들게 살았다. 경북도내에서 봉화, 영양보다 훨씬 교통이 불편해 외부에선 찾아가기 힘든 두메산골이다. 당시 포항시내 사람들은 두마리가 있는지조차 몰랐으며 교통수단은 하루에 한번 포항에서 들어가는 시내버스가 유일했다. 게다가 1970~80년대 불어 닥친 도시로의 이농현상으로 동네 절반 정도가 빈 집으로 남아 한 때는 사람 살 곳이 못되는 곳이라며 천대받던 빈촌이었다. 하지만 박 씨 부부가 귀촌해 산삼을 비롯한 약초, 산나물 등을 재배하면서 소득이 높아지자, 점차 사람들이 몰려들어 이젠 빈 집이 줄어들고 땅 값도 꽤나 많이 올랐다는 것. 오지답게 문명이 거의 닿지 않아 살기 척박했던 예전과는 달리 차츰 사람 사는 마을 모양새를 갖춰 요즘엔 산 중턱에도 멋진 전원주택이 들어서고 인터넷도 된다. 지난 12일 오전 이들 부부를 만나기 위해 두마리로 향하는 길은 그야말로 첩첩산중이었다. 커브와 오르막길의 연속인 도로는 수십 년 전처럼 여전히 폭이 좁고 울퉁불퉁한데다 끝도 없이 펼쳐져 바짝 긴장하게 만들었다. 정말 농원이 존재하는 곳인지 의문까지 들 무렵 ‘산중농원’ 입간판이 눈에 띄었다. 반가운 마음으로 내리자 산 아래로 한 폭의 동양화 같은 광활한 풍경이 펼쳐졌고, 위로는 하늘과 맞닿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물 좋고 공기 좋은 이곳에서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박 씨 부부는 소탈한 웃음과 함께 멀리서 온 손님을 반겼다. 이들 부부가 이 마을로 귀촌을 결심하게 된 건 지난 2005년. 포스코 맨이었던 박 씨는 현장 중견 근로자로 근무하다 지난 1998년 IMF 때 퇴사했다. 이후 바로 귀촌하는 대신 평일엔 시내에서 숙박업을 하고, 주말에는 기계면에 구입한 밭에서 농사를 지으며 영농경력을 쌓았다. 그러던 중 여생은 농부로 살다 가고 싶다는 남편 박 씨의 소망에 아내 김 씨는 흔쾌히 고갤 끄덕였다. 본격적인 귀촌을 위해 부부는 기계면의 땅을 매각한 뒤 사람이 살기 힘든 보현산 기슭에 새 둥지를 틀었다. 귀농인으로서의 첫발을 뗀 부부는 부지런히 발품 팔아 실패한 농장과 성공한 농장을 견학 다니며 실패 원인과 성공 요인을 꼼꼼히 분석했다. 재배 작물은 여기저기 물으며 알아보다 산에 산삼 씨를 뿌려서 키우는 산양산삼을 추천받아 재배하기로 했다. 최초 수확까지 7년이나 걸리는 작물이었지만 부부는 조급해하지 않았다. 산나물, 약초류, 오미자 등을 함께 재배하며 느긋하게 기다리는 여유로움을 익히는 한편 산양산삼 산업화 과정, 심화 과정 등을 공부하고 숲 해설가(산림청) 자격증도 취득했다. 지난 2013년에는 한국임업진흥원으로부터 산양산삼 품질검사 합격증을 받은 이후 어엿한 산양산삼 재배 모범농가가 됐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산삼이나 나물들은 박 씨 부부의 정성과 땀으로 컸다고 하나 사실은 밤엔 별빛과 달빛을, 새벽엔 이슬을 먹고 자란 100% 웰빙 자연산이다. 이렇게 자연 속에서 이들 부부의 정성을 먹고 자란 산삼과 나물들은 포항시농기센터에서 운영 중인 포항마켓에서 판매되고 있다. 가격도 대도시에서 파는 물건들보다 30% 이상 저렴해 찾는 이가 많다보니 이젠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다. 이들 부부는 자신들의 산삼을 찾는 이가 늘어 올해는 보현산 7부 능선 기슭 동북방향 임야 3만5천 평을 구입, 산삼 모종을 또 심었다. 척박한 오지에서 산양산삼 밭을 일궈낸 박 씨 부부는 올해로 영농경력 20여 년 차, 귀농생활 10년 차 산중 농부다. 그동안 포항시는 물론 경상북도와 정부가 주관하는 모든 귀농 교육을 다 받았다는 부부의 책꽂이는 각종 수료증으로 빼곡하다. 이제는 그 경험을 살려 귀농ㆍ귀촌 성공 비결과 농작물 판매·홍보 전략 등에 관한 교육을 받으러 오는 사람들에게 비결을 전수해주고 교육을 하기도 한다. 누가 봐도 성공한 귀농인이자, 귀농을 희망하는 도회지 사람들에게 정보를 주고 귀농을 돕는 유명 귀농코디네이터가 된 셈이다. 아내 김 씨는 산중농장이 귀농교육 모범농장으로 선정, 봄ㆍ여름ㆍ가을 주말엔 사람들로 북적댄다고 했다. 예비 귀농인들뿐만 아니라 농촌 체험 방문객, 산삼이나 산나물 재배 기술을 배우려는 사람, 약초 연구회 회원 등 수많은 사람이 이 부부의 산중농장을 견학하고 영농기술을 배워가고 있다. 또 보현산, 면봉산 등이 가까이 있고 암에 걸린 사람들에게 좋다는 편백나무 숲도 있어 효험을 본 사람들이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이 동네는 이제 빈 땅이 없는 인기 산간마을로 변모했다고 귀띔해 줬다. 하지만 부부는 ‘성공했다’는 칭찬에도 ‘먹고 살 정도’일 뿐이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성공 비결을 물으니 영농경력과 열정도 중요하지만 귀농ㆍ귀촌을 통해 떼돈을 벌려고 하는 허영심을 버렸기 때문에 성공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여유와 인내심을 가져야 하는 귀농인이 물질적인 것에 집착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것. 추구하는 삶 역시 ‘자연 속에서 건강하게, 행복하게 지내는 삶’이라고 한다. 선배 귀농인으로서 예비 귀농인이 조언을 구하러 올 때마다 이 부부는 최소한 퇴직 3년 전에 원하는 곳에 토지를 구입하고, 임야에도 눈을 돌리라는 가르침을 전해 주었다. 미리 토지를 구입해 작물을 키워야 본격적으로 귀촌할 때쯤 수확이 생기고, 고지대에서 자라난 작물의 경우 그 맛과 품질이 훨씬 우수하기 때문에 귀농은 사전 준비를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쁜 일정 속에서 불쑥 나타난 방문임에도 불구하고 손수 만든 산중 차를 대접하고 한바탕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 부부의 모습은 정말로 자연을 닮은 듯 했다. 지금보다 더 우수한 품질의 산삼과 산나물을 재배하며 건강하고 즐거운 인생을 살아가는 게 작은 소망이라는 부부의 얼굴에서 환한 미소가 피어났다. 이들 부부의 바람은 소중한 삶의 터전인 두마리에서 천천히 농익어 갈 것이다. |
기사입력: [2015-07-14 18:02] 최종편집: ⓒ 경상매일신문 | |